<이미 블로그는
dicrence.tistory.com으로 옮겼습니다만, 그래도 일단 병행할 생각입니다. 티스토리로 옮긴 것은 제가 참가하고 있는 메타 블로그
닥블에 선별적으로 글을 보내기 위함이니, 그 곳에 보내지 않을 글은 이곳에 올릴 예정입니다.>
민주당 의원 몇몇 분들이 외유성 골프를 치다 딱 걸린 모양이다.
효율성을 금과옥조로 삼는 나로서는, '어차피 골프를 칠 거면 더 싸게 먹히는 외국에서 치는 것이 차라리 낫겠지'라고 생각하는데, 효율성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니 이 쪽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따라서 좀 다른 관점에서 이 국회의원들이 비난받을 여지가 있는지 생각해볼까 한다.
'회기중에 외유성 골프를 치러 갔기 때문에 잘못이다'라는 주장은 얼핏 보면 '회기 중에 다른 일을 하러 나갔다'는 논거만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기 쉬우나, 사실은 여기에 '외유성 골프는 나쁜 것이다'는 논거가 같이 붙어있다. 이 논거가 삽입되지 않으면 '회기중에 다른 일을 하러 나갔다'는 것 만으로 세찬 비난이 나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논거만 가지고 잘못을 주장한다면, 회기중에 지역구로 내려가 지역 행사에 참여하거나, 심지어는 봉사활동을 가는 것 또한 잘못이 된다. 하지만 이런 내용으로 국회의원을 비난하는 여론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이런 주장은 역시 설득력이 없는 듯 보인다. 따라서 회기 중에 다른 일을 하러 나가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릴 생각이다.
이제 문제는 '외유성 골프는 나쁘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그런데, 정말 나쁜가? 이 질문에 대해,이번 사건에 대해 비난하는 측에 있는 사람들은 대답을 준비해야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회기 중에 다른 일을 하러 나간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럼 그 '다른 일'이 어떤 일이냐에 따라 가치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 비난하는 측에 있는 사람들은 골프는 명백히 비난할 만 하다는 가치판단을 내렸을 것이고, 당연히 이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근거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듯 하다. '외유성 골프는 나쁘다'는 생각에 따로 설명이 필요없기 때문일까?
유감스럽게도 나는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먼저 '외유성'과 '골프'를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골프는 '외유'의 구체적인 한 형태이며, 외유와 골프를 묶어서 생각하면 민주당 의원들이 비난받는 이유가 하필이면 골프를 쳐서인지, 아니면 외유를 나간 것 때문인지를 명확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골프'에 대해 생각해보자. 골프가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인식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런 인식 하에 외유성 골프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골프가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인가? 아니면 골프를 하는 사람들이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여 그 여파로 그들이 주로 하는 운동인 골프가 계층간 위화감의 상징이 된 것인가? 나는 명백히 후자라고 본다. 박세리나 박지은, 그 외 다른 골프 선수들이 골프를 친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지는 않기 때문이다. 평소에 상류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특히 즐겨하는 운동이 골프이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반감과 골프를 묶어 골프를 치는 것이 나쁘다는 스테레오타입이 나온 것이다. 만약 그들이 즐겨하는 것이 골프가 아니라 크리켓, 승마같은 운동이라면, 그때도 똑같은 비난을 할 것인가? 아마 '승마하는 국회의원'같은 화제성 기사가 나왔으면 나왔지 비난하는 기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물론 비난하는 악플은 나오겠지만...=ㅂ=)
하지만 골프를 치는 것에 대해 아직도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주장은 '공복인 국회의원이 사생활부터 챙기려한다'는 일관적인 판단근거를 가지고 비난을 하는 경우에만 인정할 수 있다. 외유는 명백히 사생활에 해당되며, 국민의 대의자인 국회의원은 일정기간 사생활을 제한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외유의 형태에 관계 없이 비난할 수 있다.
(주1) 그리고 그 비난에는 근거가 있기 때문에 논의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
(물론 이런 분들은 자기 주장의 선명성을 더하기 위해 '골프'라는 말을 일부러라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바로 '사생활의 범위'에 대한 논의 말이다.
여기서 자기의 정치적 사고방식에 따라 입장이 갈릴 수 있다. 나는 물론 사생활은 보호받아야 하며,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일정 부분 사생활을 보장받을 권리를 국가에 위임할 수 있다고 보는 우파적인 입장이다.
(주2) 그리고 '임시국회 회기'가 주말의 사생활을 즐길 권리까지 내놓아야 하는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여기서 결정적으로 입장이 갈릴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생활을 제한받을 상황을 어디까지 잡냐에 따라 좌와 우가 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방임주의적인 나로서는 국가 비상사태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국가권력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이 원칙에 따라 나는 사생활을 제한받아야 하는 상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이런 원칙이 아직까지는 우파에 속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우파를 자처한다.)
이런 사고방식에 따라 골프를 치던 안 치던 그것은 국회의원의 사생활의 영역이고, 따라서 그 사생활이 국회의원으로서의 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국회의원으로서의 능력만 확실하다면, 그 사람이 뭘 하던 간에 그 행위에 대해 비난할 생각은 없다. 매일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일은 다 끝내놓고 자기 계발을 하는 천재형 국회의원들일 수도 있지 않은가? 무조건 노력하는 모습만 보인다고 다가 아니다. 노력하는 모습은 카메라만 비추면 보여주는 연기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들이 평소에 어떤 여가활동을 하느냐가 아니라 국회 안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이다. 주말에 봉사활동을 열심히 다니는 국회의원이 정작 본회의장에서는 난장판을 벌이는 선봉장이라면, 그 때는 봉사활동에 대해 비난할 것인가? 국회의원의 여가활동에 대해 비난하다가 국회에 있을 자격도 없는 사람들의 노력을 찬탄하는 그런 우를 범하고 싶지는 않다.
(주3) 추신1 : 그런 의미에서 한나라당의 비난은 그냥 길가에서 들려오는 BGM으로 생각하고 있다. '골프나 치고 다니다니......'같은 논거를 드는 사람이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자들이라고 생각할 수 없지 않은가. 비합리적인 사람들은 그저 한 켠에 치워놓는 것이 정신건강에 최고다.
추신2 : 국회의원 회기가 국회의원의 사생활을 제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주장 자체는 존중할 수 있다. 물론 존중한다는 말의 의미는, 그 주장이 내 주장과 대등한 위치에서 논쟁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주장임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임시국회 회기에 국회의원의 사생활을 제한하는 것이 어떤 이득이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그것이 권력의 남용을 불러오지는 않을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논의가 가능해진다.
(주1) : 물론, 표면상 공무에 의한 출장이었음에도 외유성 행위를 했다면 이건 당연히 논의의 여지가 없다. 일부 지자체 의원들의 연수보고서가 비난받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이런 행위는 지금 논의가 되는 사태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물론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전자의 부정적 이미지를 이번 사태에 덧씌우려 획책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어줍잖은 시도에 넘어가는 사람들은, 오로지 '표면상 비슷한 상황이면 전부 똑같은 상황'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뿐이다.
(주2) : 물론 그 국가의 이념에 따라 권리를 위임할지 그렇지 않을지를 결정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포기하고 특정 도그마에 휘둘리는 비합리적인 국가라면 당연히 비토할 것이다. 우파는 무조건 국가를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는 고정관념을 적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이것은 나의
변태적인특이한 생각이므로, 모든 우파가 이런 생각은 가지지 않는지도 모른다.
(주3) : 마찬가지 이유로, 나는 국회의원들의 봉사활동 같은 뉴스에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들의 무능력을 '봉사활동'이라는 이미지로 가리려 하는 시도는 아닌가?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올리려는 마트나 백화점의 상술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도, 이런 시도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은 찾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능력이다. 봉사활동에 땀흘리던 사람은 본회의장에서 졸면서도 식은 땀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땀샘은 어딜 가도 땀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