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대한 검증의 패러다임을 설정하는 것에 대한 소고(小考)

'연예인 장진영씨가 한방 치료로 위암치료한다'는 기사에 줄줄이 낚인 댓글을 보고 든 잡상. 본문을 보면 분명 항암치료와 한방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나와있는데, 제목을 저렇게 뽑아놨으니 한방 치료로 위암 치료에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기자의 의도가 이게 아니라면 기사를 잘 못 쓴 것이고, 만약 의도한 바가 맞다면 분명 항암치료를 하고 있음에도 특별히 한방치료만을 부각시킬만한 근거를 밝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본문에서 말하려는 바는 기자의 논술실력이 아니라 댓글에서 싸우고 있는 논의되고 있는 '한방'에 대한 화두이므로, 일단 제쳐놓겠다.  

한방 쪽 사람들에게 '검증해보자'라고 말하면, '우리 치료방법에 대해 이중맹검을 실시해보자'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도 실제로들 그렇게 한다. 한방에 관련된 논문들 중에서 약제의 효과에 대한 논문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이나, 한방에 대한 기사에 달리는 의사와 한의사, 그리고 서로 양쪽을 옹호하는 시민들간의 리플대전에서 '실제로 효과가 있지 않는가.'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검증에 대한 다수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주1)

하지만, 그런 검증은 '한방에서 쓰는 진료 tool'의 효과에 대한 검증이지, '한방적 원리(또는 사상체계)' 그 자체에 대한 검증이 아니다. 한방의 효과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한방적 원리에 의해 설계된 약제와 침술 등의 진료 tool이 효과가 있다면, 그것은 한방적 원리가 참인 반증이 아니겠는가?' 라는 말을 할 수 있겠지만, 위의 주장이 참이 되려면 '약제나 침등이 정말 한방적 원리에 의해 작용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이 나와야 한다는 것을 약간의 회의주의를 적용하면 알 수 있다. 한방에서 사용하는 진단방법, 약제, 침 등의 진료 tool 이 정말로 한방적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한방적 원리가 아니더라도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가 확연해져야 한방의 진정한 효과가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2)

바로 이 점에 대해 결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한방을 그 자체로 완전한 치료체계로서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남아있는 것이다. 나 또한 그 중 하나이며, 그 이유는 내가 의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과학적 방법론을 어릴 때부터 꾸준히 훈련받아온, 진부한 표현을 빌리자면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연인이기 때문에 그렇다. 한방적 사상체계의 정합성 증명. 바로 이것이 한방이 미래의학의 패러다임을 선도하기 위한 원동력을 얻을 수 있는 핵심적 명제이며, 이에 실패한다면 그 개념은 폐기되어야 한다. (주3)오해를 피하기 위해 첨언하자면 그것은 한방에 대한 편견과 적대적인 세력의 정치적 의도로 인해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폐기되어왔던 동서고금의 무수한 사유들처럼 과학적 검증에 의해 유효성을 상실한 주장이기 때문에 폐기되는 것에 불과하다.

제언 : 따라서 바로 이 점이 한방에 대한 논의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위 '양방과 한방의 부작용 여부'나 '양방의사들의 잘못된 행태' 등을 들면서 한방의 존재이유를 역설하려는 시도에 휘둘리고 만다. 이런 지엽적인 이슈에 일일히 대응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게 자기변호적인 주장을 펼 수밖에 없고, 이슈 파이팅을 걸어온 측은 바로 그 말을 부각시켜 '밥그릇 싸움'이라는 매도를 통해 반의사정서에 기대려 할 것이다.(이전 글에도 쓴 적이 있지만, 자기들 또한 밥그릇 싸움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또한 그런 논리전개가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반증해주는 것이 아님에도!!)  이러한 싸움 방식은 핵심에 대한 검증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양 직능간에 오해와 편견의 골만 키우는 비생산적인 말싸움에 불과하다. 한방적 사상체계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한방과 현대의학이 접점을 찾을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랄 뿐이다.

주1 : 나로서는 한방적 원리에 대한 검증 이전에, 한방에서 쓰는 진료 tool 중 현대의학에서 알게 모르게 빌려간 것이 있는지의 여부부터 먼저 검증하여 순수한 한방적 치료의 치료효과를 논하는 것이 순서라고 보지만, 그것을 제하고서라도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으니 일단 치료효과가 있다는 말을 인정하자. 인정하더라도 그 다음 논의로 넘어가는 것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또한 현대의학에서 빌려간 것 덕분에 한방치료가 더 효과적이 되었다는 반론이 있어도 상관없다. 그것은 기실 반론이 아니라, 오히려 더 좋은 치료를 위해 한방이 현대의학에 통합될 필요가 있다는 자기고백이기 때문이다.)

주2 : 나는 한방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왜냐면 확실하게 사상체계가 '의미없다'고 결론나지 않았으니까. 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불가지론자들이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라고 하는 것 처럼 나도 한방에 대해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기독교최종결전병기 리처드 도킨스가 신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는 딱 그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한다.)  한방에서 이용하고 있는 tool이 모두 한방적 원리에 의해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판정났을 경우를 가정하여 '한방'의 테두리 안에 갇혀있던 진료 tool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하는 문제에 대해 미리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전량폐기보다는, 혹독한 과학적 방법론과 회의주의의 세례를 통과하여 살아남은 것에 한해 현대의학체계의 하나로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한방적 사상체계가 진료 tool의 발전을 가로막은 요소가 있다면(사상에 의해 유용한 개념의 확장이 더뎌지는 현상은 언제나 있으므로 이 경우 또한 상정해야한다.), 현대의학체계 아래에서 더욱 발전할 수도 있으니 금상첨화일지도.  

주3 : 혹은 특정 지역의 우호도나 법적 테두리 등의 보호에 힘입어 명맥을 유지할 수는 있다. 이 경우 특정한 나라나 문화권에서는 계속 일정한 영역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그 결과 전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고립되거나 '그 나라의 전통 치료법' 등으로 半관광상품화된다면 '의학'이라는 이름을 걸기도 창피해지지 않을까? 나라면 내가 속해 있는 체계가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을 참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지구의 의학은 소위 물질론과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미개한 방법으로 병을 치료하고 있군'이라는 말을 하면서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치료를 지구인에게 선사한다면, 나는 좌절감과 함께 의사면허를 내놓고 외계인의 의학을 배우려 뛰어다니게 될 것 같다. )  


사족  : '약제나 침등이 정말 한방적 원리에 의해 작용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물론 과학적 방법론을 거친)을 제 깜냥으로는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일단 글을 썼지만, 이것은 제가 풋사과이기 때문이지 실제로는 이미 다 결론이 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저는 이 글에 대해 한없이 부끄러워하며, 이 글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셨을 분들께 머리숙여 사과하면서 반성하겠습니다. (_ _)

by 아이페오스 | 2008/11/25 18:50 | 막장의사의 발로쓰는 의료이야기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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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착선 at 2008/11/25 19:12
이런 타이밍에 이런 글이라니 아이페오스님 사랑합니다. 사실 몇일뒤 있을 사회학개론 레포트에 현재의 의학체계를 넓히는 방향에 대해 써볼 생각이였거든요. 결론도 저랑 비슷하시고...요 몇일 생각해온게 정리되는 느낌의 글이라 매우 좋습니다.
Commented by 아이페오스 at 2008/11/25 19:27
에고고....밥 지어야 하는데 쓰느라 배고파 죽겠심다 ^^;;; 지금부터 밥하면 8시 넘어서나 먹겠네요.(씁)
굳이 한방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사유는 검증과정을 거쳐야 존재의의를 내세울 수 있지요. 검증을 거부하면서도(잘못된 검증방법을 주장하는 것도 사실상 거부하는 것으로 보겠습니다.) 검증대상을 현실에 사용해서 금전적, 정신적으로 이득을 얻으려는 것에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어서 말입니다. 댓글들을 읽으면서 뭔가 논의가 산으로 가고, 결국 또 의사의 구린 부분을 의사의 본질적인 속성인 것 처럼 이야기하고, 또 '듣고 싶던 말을 해주는' 한방 옹호자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정식 교육과정에서 모두 배우고 나오는 회의주의와 과학적 방법론을 1g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세태가 좀 답답하여 내질러 봤습니다. 잘 봐주셨다니 제가 다 감사하지요 ^^;;;
Commented by 양깡 at 2008/11/25 23:17
굉장히 날카로운 글이네요. 많은 이야기꺼리가 있지만, 핵심적으로 주장하고 싶은 것은 소비자들이 제대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겠끔이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료 소비자의 권리 중 하나인 선택권을 바르게 쓸려면 한의학에 대한 많은 정보가 공개되야겠죠.

전통적 한의학에 입각한 치료든, 아니면 다른 관에 의한 치료든 정보가 공개되고, 소비자가 납득하고 그에 응하겠다면 그것으로 끝인 시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 치료 결과에 대해서는 치료자와 소비자 양측이 책임을 져야겠죠.

지금 문제는 한의학의 치료 원리 및 그 근거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있거나, 소비자들이 그 원리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체 막연한 기대감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부분을 해결하려면 한의학 자체 내부에서도 정보 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하고, 적어도 치료 방법이 통일되야겠죠.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의료 소비자 중심의 시대에 있어 설득력을 잃게 되고 과학적 패러다임에 의해 폐기되기 전에 소비자에게 외면당할 위기가 찾아올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아이페오스 at 2008/11/25 23:36
자기가 받는 서비스가 어떤 것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알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니까요. 이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 커질 수록 의학, 한방같은 직능을 떠나 어떤 분야든지 기존의 시스템을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펀드 불완전 판매에 대한 보상같은 예를 봐도 말이죠. =ㅂ=) 그리고 그런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직능은 자연히 구조조정되겠지요.

하여, 언제나 능력부족을 탓하는 꼬꼬마 공보의입니다만, 적어도 제가 다루는 환자가 왜 이 약을 먹어야 하는지, 이 치료는 왜 하며 plan B는 무엇인지 정도는 꼭 설명드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환자와 한 마디를 더 할 수록 오해는 두 마디 쯤 사라지는 듯 하네요 ^ㅂ^ (사실 인터넷에서 자주 보는 의사에 대한 악감정은 제대로 설명만 들었어도 사라졌을 것 같은 case가 많아 보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쌓이고 쌓이면 의학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감도 많이 사그라들겠지요. 환자를 괴롭히는 괴력난신을 타파하는 방법은 가장 먼저 현대의학 스스로의 권위를 높이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추신 : 물론 한방에서 그 원리를 입증한다면야 괴력난신이라는 단어에 들어갈 일이 없겠지요. 오해를 피하기 위해, 괴력난신은 딱히 한방을 염두에 두고 쓴 단어가 아님을 밝힙니다. 이런 말을 일일히 붙여야하니 참 피곤하네요 '')
Commented by Hwan at 2008/11/26 00:48
뜬금 없는 댓글이지만, 배우 장진영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한방치료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픕니다. 위암인데 수술도 못하고 항암치료만 하다가 한방을 병행한다는 것은 결론이 눈에 보이네요.

지금부터는 뜬금 있는 댓글입니다. 아이페오스님의 글에 공감하지만, 저는 이른바 치료 효과에 대한 이중맹검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학 이론에 대한 공방은 결론 없는 논란으로 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예로 드신 '신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정답이 앞으로 열심히 토론하고 학문이 발전하면 나올 수 있을까요? 아마 불가능할 겁니다. 사실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아닌 부재를 증명하는 것은 더 어려울 수도 있는 일이죠.

만약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신이 존재함으로서 초래되는 결과들의 오류를 지적하면 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성서에 명시적으로 1999년에 세계는 멸망한다고 했는데 멸망하지 않았다면, 신이 존재하지 않거나 적어도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멸망론은 일부 말세론자들의 종교적 주장이었을 뿐이므로 그들의 종교적 견해에 대한 부정만 가능하고, 종교의 가르침들은 대게 부정하기 어려운 가치관적인 내용을 담고 여러가지 해석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종파도 다양하죠) 이러한 논리로 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토론을 끌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의 원리라면 어떨까요? 한의학이 효과가 있다고 해서 한의학의 원리가 진실이라는 증명은 되지 못하지만, 한의학이 효과가 없으면 한의학의 원리는 진실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한 명제입니다. 따라서 한의학의 치료 결과에 대한 대대적인 검증은 분명히 치료의 효과가 없는 치료들을 가려낼 수 있고, 그 치료들에 대한 한의학의 이론에 대한 반증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그에 앞서 현실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환자들의 자신의 몸을 맡기는 일 자체를 막는 시초가 될 수 있습니다.

전에 제 블로그에도 썼지만, 개인적으로 현대 의학도 인체의 원리에 대해서는 일부 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굳이 한의학의 이론에 대한 토론은 소모적인 토론으로 흐르고 학문적인 논쟁 보다는 가치관이 충돌로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것 보다는 한방 치료에 대한 검증을 통해 실제로 그런 치료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가려내는 것이 더 우선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아이페오스 at 2008/11/26 02:01
선생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한방 치료가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가리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절대로 치료 결과에 대한 검증이 무의미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한방에서 쓰이는 방법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인식은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몇 십년에 걸쳐 한방이 일정한 영역을 지킬 수가 없지요. 때문에 그 효과가 어디서 나오는지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것을 위해 과학적 검증은 꼭 수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검증 결과 한방 요법의 치료효과가 단순히 강화된 플라시보 효과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야기는 바로 끝납니다만, 그게 아니라 실제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통해 나온 성과가 어떤 것에 연원하는 가에 대한 논의가 분명 따라붙을 겁니다. 그리고 그 성과는 한방적 원리 때문이라고 주장하려는 시도가 분명 있을 겁니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한방 '치료'를 '한방' 치료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논리적 기저, 다시 말해 오로지 한방이기 때문에 가능한 치료라고 주장하는 그 기저를 파헤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한방 '치료'의 효과가 한방의 존재의의를 증명한다는 논리적 전개를 무력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 될 것입니다. 또한 한방에서 사용하고 있던 tool을 의학체게로 편입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되겠지요. 이건 제 독자적인 주장도 아니고, 실제로 한방에 대해 심도있는 논쟁을 벌이는 곳이라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한방을 이루는 사상이 실재하는가'같은 질문은 이런 논쟁에서 꼭 한 번은 튀어나오더군요. ^^;;;

저는 한방과 의학이 '가치관'을 겨루는 사이가 아니라고 봅니다. 한방 쪽에서는 의학이 만들어지는 토대인 과학적 방법론이 한방을 이루는 사상과 동급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과학적 방법론은 절대로 어떤 '가치관'이 아니며 가치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만드는 tool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과학적 방법론을 한방에 들이대는 것은 한방적 가치관을 존중하지 않는 반달리즘이 아니라, 오히려 한방적 가치관을 더 탄탄하게 해 줄 수도 있는 시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가치관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도 있지요.) 과학적 방법론이 아직 불완전한 현대의학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 처럼 말이죠. 이런 맥락에서 한방의 기저사상에 대한 검증은 한방치료의 효과에 대한 검증과는 별개로 시도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 줄 요약 : '한방 치료가 효과가 있는데 왜 의사들이 태클넣고 그러심? 밥그릇 그만 챙기지?'같은 댓글에는 '그 치료가 한방에서 나온게 맞다고 증명은 되었남?'라는 질문이 유용하다고 사료됩니다. (=ㅂ=)
Commented at 2008/11/26 16:3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페오스 at 2008/11/26 20:00
더헛!! 너무 단정적으로 말하면 싸움이 일어나요 'ㅅ' '한방이 현대의학에 제공할 것이 거의 없다'고 해버리면 너무 구석으로 모는 것 같아 일단 극단적인 표현은 피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야 확실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지만, '그 들'이 몰려올까봐 블로그에서는 노코멘트하고 있지요. ' ') 사실 생각하는 것을 다 집어넣으면 본문처럼 온건한(?) 글이 나올 수가 없겠네요. =ㅂ= (글을 쓸 때마다 얼마나 손이 근질근질 해지는지 원 ;;;;;)
Commented by 하이컨셉 at 2008/11/27 00:09
제가 미국에 있었던 병원이 Cedars-Sinai Medical Center 인데, 이 병원에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과, 한방이죠 뭐 ... 가 있었습니다. 해당과의 과장이 MD이면서 TCM을 전공한 친구였는데, 정말 과학적 방법으로 한방의 여러 치료법 중에서 하나하나를 검증해 가던 모습이 정말 새로왔습니다.

우리나라 한방 쪽에서도 철학논쟁하는 것 같은 이야기 하지 말고, 경험적 의학으로서의 중요성을 높이사서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마음가짐 좀 배워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러다가는 한방 분야도 분명 미국 쪽에 가서 배워야 하는 시대가 조만간 올 겁니다.
Commented by 아이페오스 at 2008/11/27 20:16
그렇게 과학적 방법으로 한방치료법을 검증하는 것을 한방 옹호자 쪽에서는 '외국에서도 한방을 인정하는 증거다!!!'라고 강변하고 있지요. 한방 관련 기사에 꼭 달리는 댓글입니다. 하지만 외국에서 한방치료법을 검증할 때는 한방 원리를 검증하는 것이 아닌 만큼, 저런 견강부회적 주장을 뭉개려면 한방 철학과 한방 치료 사이의 연관성의 고리를 차단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한방 옹호자들이 주장하는 한방적 원리를 파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한방 원리가 과학적으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증명할 귀책은 한방 옹호자들에게 있으므로, 그들이 그럴 생각이 없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치료법 또한 신뢰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해야겠고, 이런 과학적 사고방식이 주류가 되도록 해야겠지요. 좀 까놓고 말하면, 한방 옹호자들이 그런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할 정부가 그냥 인정해주고 있다는 현실 자체가 새끼 과학자로서는 좀 웃깁니다. 이런 사실을 외국 과학계에서 인지하면 좀 도와줄려나....(=_=;;)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한방 분야, 정확히 말하면 한방에서 clue를 찾아 의학적으로 정리한 치료 방식을 선진국에서 배워야 하는 시대가 온다면, 그것은 한방에서 이용하던 치료가 의학적으로 정리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마치 이전에는 신이나 다른 형이상학적인 무엇이 행하는 것 같던 일이 지금은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되면 모든 나라의 의사들이 그 치료 방식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 정작 우리나라만 안된다고 하면 그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_=;;; (이렇게 반응할 것이라는 것은 경험칙 상 충분히 예상하능하지요. 흠흠.)
Commented by 하이컨셉 at 2008/11/30 23:24
호 ... 마지막 그 가정이 현실화될까 두렵습니다. 전세계가 한방에서 쓰는 것 중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들을 제도권으로 넣어서 쓰기 시작하는데, 정작 국내에서 한의사들이 한방의 영역으로 몰아서 못쓰게 한다면 ... (이미 IMS는 그런 논조로 시비를 걸고 있다는 T.T)
Commented by 아이페오스 at 2008/12/01 00:02
그래서 한의사의 존재이유, 즉 인체현상을 한방적으로 설명하여 치료하라고 만들어준 면허 자체에 대한 skeptical thinking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방적으로 설명하려 하지 않고 과학이 일군 성과를 갖다 쓰면 면허를 따로 만들어준 이유가 없잖습니까. 면허를 만들어줌으로써 그 전문성을 인정한 것인데, 스스로 전문성을 포기하고 있다면 면허의 유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일을 하라고 심판, 즉 관리자에게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이고, 정치적 압력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방기하고 있다면 국가의 발전을 좀먹는 기생충일 뿐이겠지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없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면, 그 제도가 우리나라에 존재해야 할 특수성을 증명해야 할 것인데, 그 책임은 의사가 아닌 정치가와 그 제도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 당연한 것을 안 하고 있으니 의사가 나서고 있고, 이에 반대파는 반의사정서를 키워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지요. 이것은 회피에 불과합니다. 이 회피가 언제까지 가능할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회피의 허용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한국 과학계가 바보취급받는다는 반증이 되니까요.
추신 : 맨 처음 면허를 허용할 때 위정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면허를 줬는지를 연구하고 싶은데, 자료가 없네요. =_=
Commented by 의심의 at 2008/12/05 16:29
한가지 확인을 안하셨군요 장진영씨는 제도권 '한방의학'이 아니라 침뜸 사기꾼 김남수라는 노친네한테 치료를 받았더군요
Commented by 아이페오스 at 2008/12/05 19:56
방문 감사합니다.^^ 본문은 어디까지나 '장진영'이라는 키워드에서 영감을 얻어 한방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일반론적인 고찰을 해 본 것입니다. 본문의 내용을 보면 장진영씨가 구당한테서 침을 맞았는지 한방에서 침을 맞았는지 하는 사실관계는 끼어들 여지가 없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지 않은 것 뿐이죠. 글을 쓰는데 inspiration을 준 내용이 꼭 글과 관련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심지어는 전혀 다른 내용에서도 비슷한 로직을 찾아 자기 현실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거지요. ^_^

게다가, 다른 포스팅을 보시면 저는 뜸사랑이나 한방이나 똑같은 사상체계에 따라 술기를 적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따라서 둘 사이를 굳이 구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뜸사랑을 굳이 위 본문에서 언급할 가치는 더더욱 없는 거지요. 둘이 똑같다면, 한방 쪽만 고찰하면 끝나는 문제니까요. =ㅂ=
Commented by 빠대 at 2008/12/30 16:30
솔직히 한방에서 쓰는 진맥이라던가 침술 같은 건 충분히 효과 자체는 실증되어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진맥 받아보고 결과를 병원 검진과 대차비교하면 꽤나 정확하거든요. 그 것이 맥을 짚었건 혈을 읽었건 안면 홍조의 강약을 보았건 그런 건 뭐 상관 없이 결과적으로 말야요. 그런데 여기서 그런 tool을 과학적 방법론에 의거해서 분석하고 실증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그 기란 존재, 맥 짚는 존재로써 한의사가 먹고 사는 것, 말하자면 기술직입니다. 그런데 이 게 원리만 입력시키면 기계가 다 알아서 해준다. 이렇게 되면 당장 먹고사니즘에 문제가 생기잖습니까. 처방도 마찬가지라서 한방 약재들의 기작 물질을 다 밝혀내서 추출해서 제제로 쓰게 되면 당장 현대의학이 다 가져가도 뭘 어쩔 수가 없지요. 결론적으로 한의학이 체계화되면 일단 좋기야 좋은데 결국 과학적인 카테고리 안에서의 현대의학에 흡수되는 결론이 나오게 되고, 그럼 입지 면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게 기실 한의학의 현대화를 막는 큰 이유지요. 결론은 먹고사니즘과 자존심 문제입니다. 요즘 한의학계가 독립적인 의학체계를(비록 현대의학의 기틀을 많이 차용했다 할지라도) 가지려고 하는 게 결국 저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접고 들어가기엔 딜의 규모가 안 맞는단 거죠.

결국 한의학에 대한 담론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의사는 tool을 지식을 가지고 활용하는 존재인 반면 한의사는 그 자체가 지식이며 tool이란 데 있을 겁니다. 까놓고 말하면 명문화, 체계화가 부족한 동양 쪽의 기술, 전승방식에서 연유된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요지는 실증에 대한 인식의 차이죠. "손맛"과 "레시피"의 거리감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결국 양방이나 한방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성립된 것은 같은데 양방, 현대의학은 기작의 원리를 실증해서 일반화시켜서 써먹고 있고 한방은 경험을 경험과 지식 그 자체로 써먹고 있다는 데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대의학에선 키니네가 결국 '제제'로 정제된 반면 한방에선 아직도 무언가를 달여서 먹고 있지요. 현대의학이 경험을 분석해서 일반화하고 있는 반면 한방은 아직도 경험이 주는 지식 그 자체를 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어쨌거나 효과는 있으니까요. 퀴닌을 씹건 키니네를 맞건.
골까는 건 가령 진짜 실력 좋은 한의사가 있어서 말기 암환자도 잔뜩 고치고 명의로 칭송받을지라도... 이 게 어떤 원리로 기작하는지 현재 체계에선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애초에 많은 부분이 감각적인 영역으로 남아 있으니까요. 그런데 남들이 배워서 쓰지 못할 의학은 기적의 영역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대체의학이란 말에도 맹점이 있는 것이, 대체의학은 결국 현대의학에서 못할 법한 부분을 대체할만한 의학이란 말입니다. 말하자면 1차적으론 현대의학이고 안되면 대체의학이라는 논의가 바닥에 깔려 있다고 보면 되는데 이럼 대체의학은 tool이나 한 갈래로써 현대의학을 받쳐줄, 실증되어서 현대의학을 발전시킬 하나의 key지 독립적으로 작동할만한 건덕지는 없다는 말이 되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그렇게 흡수되면 여러 사람 곤란하지 않습니까. "실증하면 좋기야 한데 그럼 양의놈들이나 좋은 거 아냐!" 라고 누군가 맘 속으로 외친다고 한들 딱히 욕을 퍼부어 주기도 좀 그런 것이 세상 인심 아니겠어요? (먼산)

사족: 중구난방 난립해있는 "합법적"인 의료기기 회사들도 어찌 못하는 마당에 한방 문제를 도마에 올리기는 이 나라가 너무 막장일지도 모르죠. 근본적으론 비슷하다고 말한다면 내가 나쁜 놈일까.

사족2: 근데 이런 말 나오면 "의사 중에도 돌팔이 많잖아!" 란 소리가 꼭 나오던데, 그런 거야 진짜 의사들 책임이니까 어쩔 수 없지요. 많은 과에서 제대로 수요도 못 채우고 있는 판이니까 의사가 뭐라고 하면 고깝게 보는 거 아니겠습니까. (...)
Commented by 아이페오스 at 2008/12/30 16:56
한방적 진료 tool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효과가 없으면 살아남지도 못했겠지요. 물론 그 효과는 이미 의학에서도 다 보고 있는 효과긴 하지만 말이죠. 하지만 그 효과를 설명하는 내용이 맞는지 아닌지는 여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한방에서는 자기걸 베꼈다고 주장하는) IMS나 TPI 등의 침을 근육에 찔러넣는 치료법은, 의학적으로 evidence가 성립되어 있습니다. evidence가 있는설명과 없는 설명. 의학자라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이것을 '동양과 서양의 철학차이'라고 하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저 말은 사실상 대화하지 말자는 sign이니까요.), 기왕지사 침이나 뜸, 기타 대체의학적 시술로 암이나 중풍까지 치료한다며 영역을 넓히려고 시도하고 있다면, 위험한 질환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도 줬음 좋겠습니다. 지금은 이것마저 안 되고 있는 판이에요.

추신 : 상당수 한의사들이 교육과정에서 의학을 배워나온다는 것과, 한방지침서에 당장이라도 써먹을 수 있는 의학적 문진-진단-치료 과정이 다 써있는 것을 보면 진맥같은 순수 한방적 진단법을 쓰고 있는지, 아니면 의학으로 진단하고 나중에 설명에 갖다 붙이는 것인지 불명확합니다. 과한 의심이라는 생각도 있긴 하지만, 그 의심의 clue를 제공한 쪽은 제가 아니니까요. 후자라면, 그건 이미 한의학이 아니라 의학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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