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백을 얕보면 안된다.

바로 밑의 글 '뜸사랑의 전략에 대한 매우 짦은 참견'에 트랙백이 달렸다.

하지만 이 글은 공지사항인 '당 블로그 사용설명서' 에 따르면 허용되어서는 안 될 트랙백이다.

 

1) '양의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의학에 대한 편견과 함께 과학적 방법론을 따르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왜 '양의학'이라는 단어가 편견이고 비과학적인지는, 이 글에 적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양의'라는 단어를 쓰려면 상대방의 논거를 뒤집을 만한 다른 논거를 들이댄 후에나 가능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양의'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듣고 싶지조차 않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2) 그 외에도 '양의학'적 치료법에 대한 코멘트도 눈에 밟힌다. 아토피 치료법 중 intensive한 case를 가지고 '양의학'이 모든 치료를 그렇게 한다고 여기고 있으므로 선입견이다. 무엇보다, 외래에서 아토피를 치료할 때 의사가 아이와 부모에게 얼마나 많은 질문을 하는지를 생각하면 '단절'이라는 단어는 현상을 설명하기에 부족한 듯 하다. 설명하지 않는 의사가 단절적이라고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의학 그 자체가 단절적인 것은 아니다.

 

3) '기와 음양호행/경락 등을 부정하면 구당과 한의학자체가 부정된다'는 문장에서 '기와 음양호행/경락이 실재한다'는 선입견이 들어가있다. 따라서 이런 개념이 실증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본글에 달릴 성질의 트랙백이 아니다. 이 사실과는 별도로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더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뜸사랑조차 한방적 개념을 가지고 자기들의 효과를 설명하는 것 같다는 단서이다. 그렇다면 나로서는 뜸사랑과 한방의 싸움에 대해 '무의미함'이라는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둘이 같은 개념(그것도 실증되지 않은)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면, 왜 굳이 뜸사랑은 한방 면허의 테두리 밖에 나가려고 하는 것인가. 따로 나가야하는 다른 객관적인 이유를 대지 못한다면, 따로 나가도록 인증해 줄 이유도 없다. 둘 다 자기가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못 대고 있는 셈이므로, 둘 다 진짜로 '밥그릇'싸움을 한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4) 무엇보다, 본글은 불편부당을 위해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트랙백된 글의 말미엔 구당이 쓴 책을 살 수 있도록 링크가 걸려있다. 이건 본글의 중립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는 문제다. 위에 든 트랙백 삭제에 관한 내용에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 이유에는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자기 블로그에 자기가 믿는 내용을 쓰는 것을 뭐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트랙백, 링크, 메타 업로드를 하는 순간 그 내용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내 생각을 남에게 알리고 싶다'는 선언이 되는 것이다. 이는 곧 객관적인 검증을 통과해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여, 트랙백을 하기 전에는 '내가 왜 이 글에 트랙백을 하려는 것인가'부터 찬찬히 생각하고 트랙백 창에 주소를 써넣도록 하자.

 

추신 : 원래 '당 블로그 사용설명서'에 따르지 않는 글에 대해서는 사정없이 몰아칠 생각이었지만, 이 글에 한해서는 삼가도록 하겠습니다. 첫 케이스이기도 하고, 트랙백하신 블로그 제목을 보면 아이가 아픈 것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이 절절히 묻어나오기 때문입니다. 의료소비자의 입장에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는 제가 비판할 부분이 못되며, 최대한 많은 치료법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분의 태도를 존경합니다. 단지, 트랙백을 함으로써 혼자 믿는 것을 떠나 '나는 이래서 믿는다'는 선언이 되면 그것에는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위에 설명한 바입니다. 개인적인 악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by 아이페오스 | 2008/12/01 16:35 | 편견으로 그득한 위험한 사상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dicrence.egloos.com/tb/47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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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하이컨셉 at 2008/12/01 18:41
트랙백 짤라내시려고 꽤 꼼꼼하게 글을 쓰셨는데요?
저 같으면 걍 "짤라"버리고, 내 맘인데? 할 것 같은디 ^^
Commented by 아이페오스 at 2008/12/01 18:58
'앞으로 이런 식으로 글 쓰면 짜른다~'는 샘플로서의 가치를 남기기 위한 것도 있고, 외부로 자기 블로그를 발행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기도 해서 일부러 글의 형태로 남겨봤습니다.
......는 건 핑계고, 사실 시간이 남아 돌았어요. orz 하이컨셉님 댓글 달린지 20분만에 답글 다는거 보면 얼마나 한가한 인생인지 짐작되지 않으십니까.(ㅡ,.ㅜ)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12/01 23:09
꽤 긴 태그에서, 얼마나 고민하셨는지가 묻어나오는군요.
Commented by 아이페오스 at 2008/12/02 09:01
변방인 제 블로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트랙백인데, 이걸 지우려니 참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_= 논문의 편찬만큼 논문의 인용 횟수에 신경쓰는 학자의 마음......이라면 좀 비슷할까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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