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2일
내가 해야 할 말은 따로 있다.
이 댓글에서 새삼 느낀 거지만, 자기가 해야 할 말과 제3자가 해야 할 말을 섞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논쟁의 두 당사자 A,B가 있다. A는 현재 사회의 기득권을 획득한 측이고, B는 그 기득권을 가져오려는 자이다.
(오해가 있을까봐 굳이 덧붙이자면, '기득권'이란 단어에는 어떤 가치판단도 개입되어 있지 않다. 기득권이 나쁜지 아닌지는 상호간 논쟁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논쟁 전에 이미 기득권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는 것은, 제3자의 위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B는 A가 기득권을 가질 때 벌어지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기득권을 가져올 시도를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그러므로 'A가 나쁘다'는 주장을 B가 하는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논쟁을 지켜보는 제3자로 하여금 B의 편을 들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에 적극 권장해야 한다. 이런 치열한 공방이 문제 해결의 길에 쌓인 흙먼지를 더 잘 쓸어낸다.
하지만, 'A가 나쁘기 때문에 B가 일을 대신 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한 순간, 제3자였던 C는 의문을 품는다.
"A가 나쁘다는 것은 납득했어. 하지만 그게 B가 A를 대신해야 하는 이유가 될까?"
B는 A를 공격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남의 주목은 비교적 쉽게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 주목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 바로 'B가 기득권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이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만, 드디어 제3자들이 A에게서 B로 기득권을 옮겨주는 수고를 감수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게을리한채 'A가 나쁘다'는 말만 계속 하고 있으면, 그것은 기득권의 조정을 위한 논쟁이 아니라, 그저 A의 잘못을 성토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시민운동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이렇게 시민운동의 포지션에 자신을 놓게 되면, 그 포지션에 스스로 갇혀 기득권 획득의 꿈은 멀어진다. 이런 포지션에서는 'A의 기득권은 나쁜 것'이라는 가치판단을 가진 사람들을 동조자로 얻게 되고, 이런 동조자들 앞에서 '그 기득권을 B가 가져오겠다'고 하면 '말바꾸기'라는 오해를 사게 된다.
'더러운 기득권을 가져오려하다니, 결국 니들도 똑같은 놈들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간단하다. 자기의 당위성은 저리 치우고, 남의 티끌만을 언급하라. 이런 이야기를 듣기는 싫은가? 그렇다면 자기가 기득권을 가져와야 할 당위성을 주장하라. 기득권자의 트집을 잡아 '밥그릇'으로 매도하기는 쉬워도, 자신의 주장에 당위성을 싣지 못하는 한 어느새 자신도 밥그릇의 한 쪽을 쥐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아니, 명심해야겠다.
출처 : 뇌내망상
추신 : 당위성은 어떻게 얻어지는가? 과학적 방법론 이외에는 없다. 지금까지 인간현상의 근거를 가장 잘 설명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특정 집단의 실증되지 않은 주장을 기반으로 하는 주장은 언젠가 실증된 근거를 기반으로 한 주장에 우위를 내주고 만다.
# by | 2008/12/12 23:37 | 편견으로 그득한 위험한 사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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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까 말까 하다가,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키보드를 갈겨봤습니다. ^_^;;;
'편견으로 그득한 위험한 사상' 요 카테고리는 그냥 뻘글로 생각하시고 skip하시면 되겠습니다. 이글루는 카테고리만 닥블로 보낼 수 없는 모양이더라구요.(꽥)